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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살이/별일없는 일상

영화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 태국 반정부 시위로 인한 변한 방콕 극장 분위기

by 닉네임뭐라해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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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는 In the mood for love로 영문 제목을 쓴다. 

오랜만에 메가방나에 약속 있어서 갔다가,

약속 끝난 후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쏟아져 구글 맵에 온통 빨간색. 

아. 집으로 가겠다는 미련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스콜이 한 1-2시간 정도 쏟아졌었는데, 길바닥이 방콕 답게 바로 침수 ㅋㅋ

 

남편이 영화관에 화양연화가 나왔다고, 영화 보러 가자 해서 바로 계획 변경. 

화양연화라는 말은 정말 많이 들어보고, 영화 OST도 많이 들어봤었는데 정작 영화를 본 적은 없던 느낌이다. 

홍콩영화라서 태국 자막만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태국 자막, 영어 자막 둘 다 보여준다고 해서, 바로 티켓을 끊었다. 

 

자막이 밑에 있어서 눈이 조금 아팠는데, 

결론은 비 때문에 계획을 변경한 게 잘했다고 느낄 만큼 재미있게 봤다. 

 

특히, 아트디렉터와 필름 스코어 디렉터, 코스튬 디렉터가 누군지 찾아보게 하고 싶을 만큼

영상미, 의상,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음악감독인 우메바야시 시게루는 게임 음악 분야에서도 유명하다고. 

 

20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미가 넘쳐나는 영화였다.

집에 와서 남편이랑 화양연화 OST를 찾아서 주말 내내 들었다. 

 

태국 반정부 시위로 변한 극장 분위기

내가 태국에서 정말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영화관에서 국왕에 대한 약간 찬양(?) 노래가 나오면 서서 있어야 하는데, 

(무슨 북한도 아니고.) 태국인 외국인 관계없이 모두 영상이 끝날 때까지 기립해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방콕에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왕에 대한 영상이 나왔는데도 

그대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와우. 

 

태국 반정부 시위는, 현 태국 왕권에 대한 개선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극장에 사람이 별로 없긴 했었지만, (오래된 영화다 보니)

그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왕에 대한 영상이 나오는 동안 그대로 앉아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팝콘을 먹고 있었다. 

 

TV나 인터넷으로만 접하던 정부, 왕권에 대한 반감을 이렇게 눈으로 보니 새로웠다. 

 

남편도 이야기로만 들었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살짝 놀란 눈치. 

다음 날 아침에 얘기해주길, 극장에서 왕에 대한 영상이 나올 때 일어나지 않아도

법적 처벌을 받진 않는다고 한다. (법률상) 

다만, 너무 오래된 관습이라서 계속하고들 었었던 것이고. 

 

차 기다리면서

거의 반년 넘게 영화관을 못 가다가 가게 된 영화관. 

새로운 영화는 거의 없고, 예전 영화들을 틀어주는 수준이다. 

아마 코로나가 끝나야 굵직굵직한 외국 영화들도 들어오고 그럴 것 같은데. 

 

영화 관람하는 동안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서 조금 답답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관람했던 영화는 옛날 영화라 사람도 별로 없었다)

예전과 같이 팝콘 먹는 재미는 이제 힘들지만. 

그래도 영화관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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